저기 저 구릉
벚꽃무더기 흐벅진 골
이쯤에 서서 바라기 하는
나를, 바라다보는 사향노루
코끝에 앉은 나른한 봄의 헤픈 속
어디 어느 자리에서
그윽이 봄 향기에 취한
어린 나의 몸뚱어리 흐트러진 날
그 언덕, 아버지 목 줄기를
타고 흐르다 몸 꺾어 오르는
막걸리, 막걸리 냄새
지금 내 목 줄기를 타고 흘러드는
저 마술지팡이 끝에서
뿌려댄 봄 향기 속
아버지 두 눈과 마주하고 흥타령에
더-덩-덩 까불대던 어린 몸의 춤 속에
걸어 나오시는 아버지
걸어 들어가는 내 몸이 부딪쳐
사뭇 차 오르다
흐르는 그렁 진 눈가에
물의 보라가 일어
뚝뚝 떨어지는 낙수에
풀꽃이
정신을 아득 놓는 시간을 지나
절은 봄의 발로 건-등-건-등 걸어서 가다
아주 잊혀 기억을 벗어난
벚꽃 피어 흐드러진 그 마을
지금도
들녘을 지나 둑 언저리
풀꽃 스러진 자리에선
뒤꿈치 터져 갈라진 틈으로
흘러내리고 있을 아버지의 막걸리, 막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