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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적십자병원, 사라진 역사적 구조물이자 국가 재산 옛 돌담

1949년 무장공비 방어 위해 세운 역사적 돌담, 훼손 사태

 

[경남도민뉴스=백형찬 기자] 1949년 8월 23일(빨치산의 거창군청.법원 방화사건) 이후 무장공비의 경찰서 습격을 방어하기 위해 주민들을 동원하여 영천강변 넷돌을 모아 높이 2-3m 돌담을 세운 옛 관아 경계 돌담이 공공병원의 주차장 확보를 이유로 사실상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단순한 경계 시설이 아니라 조선시대 거창 관아 경계를 이루던 역사적 구조물이자 국가 재산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돌담은 1925년경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거창적십자병원 정문 인근 국유지 경계부에 설치돼 있던 시설물이다. 일제강점기 도면에 따르면 현재 거창군청은 옛 거창 동헌, 거창경찰서는 옛 거창 헌병대, 지금의 거창적십자병원은 관아 부속 청리관(소송기관·구치소) 터에 자리하고 있다. 이 일대를 둘러싼 돌담은 관아의 경계를 이루며 기능했고,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를 거치며 일부가 허물어진 뒤 1949~1950년 사이 관아 객사가 무장공비의 방화로 불탄 이후 주민들이 다시 보수·복원한 것이 현재의 돌담이었다.


이 돌담은 이후 세무서와 병원 사이 국유지 경계 시설물로 관리돼 왔다. 그러나 병원 부지 내 담벼락 일부가 붕괴되자, 병원 측이 이를 원상 복구하지 않고 전체 철거·폐기에만 나섰다는 것이 인근 주민들의 주장이다.

 

병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국가 재산인 담벼락 일부라도 원상 복구를 하여 역사적 흔적을 후손에게 남기는게 맞는데 , 병원 주차장 확보를 위한 것인지 폐기 처분만 했다”며 비판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공병원이 국민 재산을 이렇게 다뤄도 되느냐”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거창적십자 병원 측은 돌담 철거가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안전상 문제로 즉시 철거한 것”이라며 “붕괴 우려가 있어 환자와 주민 안전을 우선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왜 즉각적인 복구 대신 철거에 그쳤는지, 문화·역사적 가치와 국유재산 관리 기준을 충분히 검토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거창적십자병원은 현재 외주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장과 운영 주체, 국유지 관리기관 사이에 책임이 분산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외주 병원장 체제 아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구조가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며 “공공병원으로서 시설 관리와 보고 체계를 명확히 하고, 국유재산 훼손에 대한 책임 규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병원 관계자는 국유지 사실을 몰랐고 철거 후에 안 사실이며, 돌담 약 25톤 분량을 거창군 도로 관리센터에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거창군청 관계자는 “국유지 부분의 돌담을 보관해 두었고 처리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거창적십자병원은 국유지 부분에 있던 돌담을 철거한 자리에 새 담벼락을 세우고, 그 주변을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법률 측면에서도 적정한 절차와 허가가 이뤄졌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유지 사용과 관련해 「도로법」 제61조는 도로에 공작물·시설 등을 설치해 점용하려면 원칙적으로 도로관리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75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제72조는 도로점용허가 없이 도로를 점용한 경우 변상금 부과 대상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병원 주차장 조성이 이러한 규정에 부합했는지에 대한 행정적·법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사회에서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국가 재산이 주차장 확보 논리 속에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문화재적 가치 검토와 정밀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옛 관아 경계였던 돌담이 단순한 돌담이 아닌데, 허물고 치우는 데만 급급했다”며 “지금이라도 원형에 가깝게 국유지 부분이라도 복원하고,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949년 무장공비 방어의 상징이자 옛 관아 경계를 지켜온 이 돌담은 국유지 경계 시설이자 지역의 역사적 흔적이다. 관리 부실과 책임 회피 논란 속에 사라진 돌담을 어떻게 복구·보존할 것인지, 거창적십자병원과 관계 기관의 책임 있는 대응과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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