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 파는 시인 ◈/감사로
02시가 넘은 시각, 선술집
취객들 사이를 곡예하며
정가 육 천원 가격의 시집을 들고
소통의 손길을 뜨겁게 내밀던 사람,
잠시 스쳐가 잊고 지냈는데
아마 일 년은 되었을 겝니다만
그 연이 못내 잊혀지지 않아
오늘 문득 안부 궁금한 그대, 시집 파는 시인
무너지고자 무엇으로 마저 무너지지 못해
말없이 부르짖는 절규,
내 한 권의 시집을 사는 것이
어찌 작은 위로 될 수 있었겠으리요만
예순을 살고도 아직 생을 낯설어하는 그대여,
그대 생 몇 할이 바람이었느뇨
눈빛으로, 가슴으로 묻는 밤이었지요.
오늘은 이 강기슭 내일은 저 산기슭에서
이름 없는 풀꽃의 생이고자 하는
그대 기슭의 생이여,
행간마다 절절한 영혼의 외침,
밤하늘의 별빛처럼
오늘은 이 강기슭 내일은 저 산기슭에
마구 쏟아져 내리는 4월의 밤일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