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날
열정의 포플러는
오려는 창공의 푸른 젖가슴을
어루만지려
팔을 펼쳐 흔들거렸다.
끓는 태양 그늘 좁다란 지점에서
천막같은 하늘 밑에서
떠들던, 소나기
그리고 번개를,
춤추던 구름을 이끌고
남방(南方)으로 도망하고,
높다랗게 창공은 한폭으로
가지 위에 퍼지고
둥근달과 기러기를 불러왔다.
푸르른 어린 마음이 이상(理想)에 타고,
그의 동경(憧憬)의 날 가을에
조락(凋落)의 눈물을 비웃다.
[출처] 윤동주 시 모음 - 창공 / 바다 / 소낙비 [여름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작성자 귀공자